아름다운 얼굴 (100) 구본일 발효 대표 구본일 - 원형 메주로 고문헌 따라 만들어 ‘참 간장어워드’ 대상 받은 명품간장
수정 : 0000-00-00 00:00:00
아름다운 얼굴 (100) 구본일 발효 대표 구본일
원형 메주로 고문헌 따라 만들어 ‘참 간장어워드’ 대상 받은 명품간장
적성면 감악산 자락에 간장과 된장이 따스한 햇살아래 익어가고 있는 아늑한 공간이 있다.
본인의 이름을 그대로 옮겨온 구본일 발효다. 찾아가는 길 옆으로 콩밭이 그득하다. 콩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가니 군부대 끝자락에서 포장도로가 그치고 비포장이 시작된다. 네비는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하는데 주변은 온통 콩밭 뿐이다. 마침 내 차 옆을 지나치는 차가 있어 간장만드는 집을 물으니 마침 가는 길이라며 따라오란다. 비 포장길을 한 200미터 따라가니 장독대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적성면 객현리가 고향인 남편 따라 귀향
장독을 씻던 구본일씨(65세)와 그녀 주변으로 소담하게 모여있는 장독대들이 모두 눈에 들어온다. “오는길이 좀 덜컹거렸죠? 나름대로 운치가 있지 않아요?”. 갈색 천 모자를 두르고 작업용 앞치마를 두른 채 동그란 함박미소로 기자를 만난 그녀는 편하게, 소박하게 가을 햇빛 아래 부지런히 장독대 사이를 오갔다.
구본일씨는 25년동안 도봉산 도선사길에서 ‘우리 콩 순두부집’을 운영하다 동생들에게 운영을 맡기고 남편의 고향인 파주 적성면 객현리로 왔다. 남편은 말년에 고향에 돌아와 살기 원했고 구씨가 동의하면서 이곳에 새로운 움터가 생긴 것.
남편 이선근씨(68세)와 남편을 찾아온 지인들이 여럿 보였다. 따스한 햇살이 눈부신 마당 한 켵에서 식사가 준비되고 있었다.
구본일 발효가 세상에 알려진 계기는 작년 슬로푸드문화원에서 주최한 참 간장어워드에서 대상을 차지하면서 부터다. 2018년 처음 사업자등록을 내고 난후 바로 이듬해 이런 성과를 냈으니 시작부터 범상치 않다. 물론 7년간 조금씩 준비작업을 해 온 게 밑거름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날고 긴다는 전국 간장명인들 틈에 단박에 끼었다는 것은 타고난 실력 아닐까?
원형메주
동그란 메주로 전통방식 발효, 13종류의 간장 만든다.
족히 3-4천평은 되는 공간에 펼쳐진 콩밭과 솔밭, 그리고 햇빛 잘드는 공간에 놓여있는 크고 작은 3백 여개의 항아리들. 이 항아리 속에서 간장과 된장, 고추장, 식초들이 익어가고 있었다.
이 집 장(醬)은 이렇게 만든다. 우선 시동생이 2만 여평, 남편이 1천평 정도 콩농사를 지어 풍미가득한 장단콩을 공급한다. 부족하면 적성면 농협서 공급받는다. 콩을 삶지 않고 가마솥에서 쪄서 사각형이 아닌 원형의 메주를 만든다. 야외 햇빛에 며칠 말린 후 발효실의 온도를 수분함량에 맞추어 조금씩 조정해 최적의 메주를 만든다.
메주에 따라 온도조정이 달리해야 하므로 구본일 발효에는 두 개의 발효실이 있다. 2주간의 발효기간이 끝난 그 다음부터는 고문헌에서 가르쳐 준 방식을 따른다. 현대와 고전의 방식을 절묘하게 접합시킨 제조법이다. 일체의 첨가물이나 보존제 등을 넣지 않는 옛날 방식으로 장을 만드는 것이다.
“사각형 보다는 원형으로 만들어야 수분 증발과 발효가 골고루 된다”고 말하는 구씨는 현재 13가지의 간장을 만들고 있다. 도토리 장, 고구마 장(감저 장), 순무 장, 팥 장, 서리태 장, 어 간장, 어육장 등 듣도 보도 못한 간장 들이다. 강화도 순무를 사용하는 순무 장은 색깔이 맑아 황태국 끓일 때 좋고 멸치액젓을 만들어 3년만에 걸러 물기를 다 빼고 메주를 넣고 2년 동안 발효시켜 만드는 어 간장도 별미다.
푸른 솔밭 그늘 밑 땅속에 독을 묻고, 각종 고기와 생선 등을 넣어 최소 6개월을 발효시켜 만드는 어육장도 이 집의 보배다.
장 숙성과정은 기다림의 미학이다.
그녀는 장독에 관심이 많다. 좋은 장독에 장을 숙성시키고 보관해야 제맛이 나기 때문이다. 그녀의 장독 열정의 결과로 마당 한 켠에는 100년이 넘은 대형 장독들이 20여개 있다. 그러나 너무 오래되다 보니 사용하기 적당치 않았고 전국을 다닌 끝에 경기도 안성에서 그녀가 찾는 장독을 발견했다. 여덟말 들어가는 유약을 전혀 쓰지 않는 전통옹기를 발견한 것이다.
“장독들을 바라보면 든든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맛있는 장들이 익어가는 걸 생각하면 뿌듯하다”며 밝은 미소를 짓는 그녀는 장을 만드는 과정은 기다림의 미학과도 같다고 말했다.
샘표간장이나 몽고간장 같이 대 기업이 만드는 간장들은 종균파종으로 불과 1달여 만에 간장을 만들어 내는데 재래식 간장은 제조에 최소 1년 이상이 걸린다. 햇빛과 바람과 안개가 장맛을 완성한다. 이 집이 간장으로 이름이 나긴 했지만 된장, 고추장도 다 맛있는 것은 모두 다 같은 메주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햇간장, 중간장, 진간장, 산머루로 만든 발사믹 식초도 인기
발효가 잘된 메주가 완성되면 그 다음에는 장독에 끓인 소금물을 붓고 메주를 담가 둔다. 이때 메주가 소금물에 둥실 뜨면 간이 알맞다. 장을 담글 때 고추와 숯을 띄우기도 하는데, 이것은 숯이 불순물을 빨아들이고 고추가 살균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 메주가 잘 발효되었을 때 소금물 안에서 삭은 메주를 꺼내고 나머지 국물을 달인 것이 간장이고, 간장을 떠낸 뒤 삭은 메주를 건져서 으깬 것이 된장이다. 이 때 삶은 콩을 첨가해 맛을 순화시킨다. 담은 지 한 해가 되지 않은 진하지 않은 간장은 햇간장 또는 청장(淸醬)이라 부르며, 3-4년 묵은 것은 중간장, 5년 이상 묵어 아주 진하게 된 것은 진간장(津-醬)이라 부른다.
고추장은 찹쌀 인절미 떡을 치대 태양초 고춧가루와 메주가루를 섞어 만든다. 떡을 만들어 치대기 때문에 찰지고 맛이 깊다.
그밖에 적성면 산머루로 만든 발사믹 식초와 사과식초도 인기다. 머루발사믹 식초는 농도가 진해 올리브유를 섞어 빵에 찍어먹으면 딱이다.
구본일 발효에선 간장은 3년 이상, 된장은 2년 이상, 고추장은 6개월이나 1년 이상된 것들을 판매한다.
메주 만들기 특장중인 구본일씨(가운데)
메주만들기 체험
간장명인으로 소문나, 강연요청, 기술이전 계약 등 유명세
간장명인으로 소문이 나면서 구본일 씨는 롯데문화센터 잠실점, 농협중앙회 주최 ‘이주여성들을 위한 기초농업교육’에서 강사로 초빙 받고, 경기도 농업기술원과의 기술이전 계약, 11번가에서 인터넷으로 제품이 팔려나가는 등 유명세를 타고 있다.
구씨를 따라 장독 구경에 나섰다. 가장 귀한 장의 두껑을 열었다. 간장냄새를 맡아보란다. 짠 냄새는 없고 은은하고 깊은 달작지근한 풍미가 올라온다. 6년째 숙성되고 있는 씨 간장이다.
씨 간장은 시간이 갈수록 수분이 증발해 양이 줄어든다. 그래서 귀하다. 씨 간장이 또 귀한 것은 새 간장을 담글 때 씨 간장을 조금 넣어주면 종균이 퍼져나가 세월의 깊은 맛과 풍미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8년전 350년 된 충북보은 종가집 씨 간장이 1리터에 오백만원에 경매에서 거래된 적이 있었고 일본에선 오래된 간장 반병이 1억원에 거래된 적도 있을 정도로 씨 간장의 가치는 골동품가치와 맞 먹는다.
13가지 간장 맛보기
경기도농업기술개발원과의 기술이전계약식
파주 특산 장산삼백으로 장 제조 연구중
구본일씨는 요즘 장단삼백 장 제조에 몰두하고 있다. 파주 특산물인 파주장단콩, 개성인삼, 한수위 쌀을 재료로 하는 장 개발에 힘을 쏟고있는 데 거의 완성단계라 곧 출시될 거라고 귀뜸을 해 준다.
남편의 고향인 적성면으로 내려오자마자 그녀의 실력은 제품으로 증명됐고 파주시로부터 장인 인정을 받았다. 결과 내년에 오픈 예정인 장단콩 웰빙마루에서 선보일 장들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참간장어워드 대상 수상
깊고 오묘한 우리네 장맛 세상에 알리고 싶다.
그녀는 장독을 씻으며 물이 튀어 옷에서 나는 짠내가 좋다고 한다. 본인이 담근 장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그만큼 지극하다. 구본일 씨는 “장을 만드는 작업은 기쁨이다. 아들에게도 가업을 물려줄 생각이다”라며 해 맑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친근하다. 그녀가 진정한 음식 가치로 추구하고 있는 전통 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배우길 바란다.
손님들이 오면 여러 종류의 장맛을 맛보게 한다. 손님들의 놀라운 반응은 그녀를 기쁘게 한다. “손녀 딸도 내가 만든 고추장에 기름쳐서 비벼먹는걸 좋아한다”고 말하는 구씨. 분명 우리 문화유산을 지켜가는 아름다운 얼굴임에 틀림없다. 돌아 오는 길 콩밭에 맑은 가을 햇살이 가득하다.
김석종 기자
구본일 발효
파주시 적성면 선고개길 226-151
(지번 적성면 객현리 623-2)
전화 031-959-0879
#120호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